DBS 동아방송(Dong-A Broadcasting System)

골목 햇볕에 말라가는 구수한 국수 냄새
ㅡ옛 정취 일깨우는 동네 국수공장…수고와 정성의 맛 최고

인천 동구 송림동 34의100(인성 2길)번지에 가면 오래된 기와집과 주택들 사이로 이용호 할아버지(80세)의 국수공장이 있다. 국수공장은 10평이 채 안될 만큼 작다. 어르신은 이 작은 공장에서 새벽부터 밀가루를 반죽하고 국수를 뽑아 햇빛이 좋을 때 길가에 늘어선 건조대에 말린다.

30여년 전 직장에서 은퇴한 후 사회에서 써먹을 특별한 기술이 없던 그였다. 퇴직금으로 구입한 집에 국수 뽑는 기계가 있었는데 그때 비로소 고민이 풀렸다. “이거다” 싶어 한 달 동안 연구하고 배워서 시작한 일이 벌써 30년을 헤아린다.

시간이 흐르면서 정통방식으로 국수를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과 보람을 갖게 됐다. 그는 자신의 국수가 기계로 반죽하고, 뽑고, 건조하면서 대량으로 만든 것과 품질과 맛에서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만이 낼 수 있는 손맛을 보여 줄 수 있어 매일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2포대의 밀가루를 매일 써서 30뭉치 정도의 국수가 만들어진다. 국수가 완전히 마르는 데는 이틀이 걸리며 국수 한 뭉치의 가격이 5천원이다. 20kg 밀가루 한포를 반죽해 국수를 뽑는 과정에서 국수 뽑는 기계를 수동으로 4천번 이상 돌려야 하는 고된 노동이 수반된다. 나이 들며 힘이 부치자 지금은 모터를 달아 힘을 덜고 있다.

동네 사람들이 가장 큰 단골이고 멀리 소문에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 지금은 세월이 흘러 이미 고인이 된 사람들의 자식들이 옛 맛을 잊지 않고 찾아준다고 한다. 할아버지에게는 그들이 반갑고 고마운 손님들이다.

국수공장이 1년 365일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겨울에는 흐리고 눈 오는 날이 많아 거의 문을 닫는 편이다. 장마철에는 비가 오고 습기 차 쉬는 날이 더 많다. 철따라 쉬여야 하기 때문에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한다. 추운 겨울과 장마철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손국수를 만들어낸다.

올해 연세가 80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힘은 부치지만 이 일이 천직이라고 생각한다며 그저 손놓지 않고 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수북이 쌓아 놓은 국수와 함께 단골손님과 처음 오는 손님들을 기다리는 낙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건강이 허락되는 한 국수를 계속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인천/김정일.이인숙기자 allthetime@dbs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