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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4월 총선 놓고 李-朴 갈등 재연
- 총선 공천 핵심적인 역할 담당
- 이방호 사무총장 총선기획단 단장 맡아

한나라당의 4월 총선 공천의 밑그림을 그릴 총선기획단이 구성된 가운데 공천을 둘러싼 당내 친박(박근혜)계와 친이(이명박)계 간의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구성돼 11일 첫 회의를 가진 한나라당 총선기획단은 공천심사위가 구성되기 전까지 여론조사 등의 사전작업을 맡게 되며, 공천 시기 조율, 공천심사위원회 구성 등 총선 공천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총선기획단 단장은 이방호 사무총장이 맡았으며, 김학송 전략기획본부장, 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 정종복 사무1부총장, 송광호 사무2부총장, 박순자 여성위원장, 서병수 여의도연구소장, 김정훈 원내부대표 등이 위원으로 위촉됐다.

이 사무총장을 비롯해 정병국 정종복 박순자 김정훈 위원은 친이계, 김학송 송광호 서병수 위원은 친박계로 기획단이 5 대 3의 비율로 구성돼 공천은 친이계 중심으로 짜여질 가능성이 높다. 당내 친이계는 1월말 공천심사위 출범, 3월초 공천자 일괄 발표라는 이 당선자 측의 로드맵을 이행한다는 각오다.

특히 총선기획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이 사무총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9 총선 공천에서 현역의원 중 최소 35∼40% 이상은 바뀔 수 밖에 없다. 영남권의 물갈이 비율을 수도권보다 높이겠다"며 사실상 대구경북 등에 기반을 두고 있는 당내 친박세력을 겨냥했다.

이런 가운데 당·내외에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을 겨냥한 살생부가 떠돌고 있다는 '살생부 괴담'까지 나오고 있어 당내 분위기는 더욱 흉흉해졌다.

당내 친박계 의원들은 이방호 사무총장 등의 발언에 대해 "앉아서 죽을 수는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4월 총선 공천 갈등이 당내 친이계와 친박계의 전면전으로 번질 전망이다.

◇박근혜 "좌시하지 않을 것"

박 전 대표는 지난 10일 오후 여의도 63빌딩에서 총선 불출마 및 정계 은퇴를 선언한 김용갑 의원의 위로연에 참석해 이방호 사무총장의 발언에 대해 "앞으로 공천하는데 있어서 과거로 돌아간다든지 또는 조금이라도 잘못해서는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이날 행사에는 해외에 있는 김기춘, 허태열, 김영선, 김태환 의원 등 몇몇을 제외하고 김무성 최고위원, 김학원 최고위원, 김학송, 김재원, 유승민, 이혜훈 의원 등 친박의원 32명이 모두 총집결했다.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금 당에서 자꾸 이상한 이야기가 들린다. 전략적으로 공천을 최대한 늦춘다든지 물갈이를 한다든지(등의 이야기가 들린다)"면서 "누가 누구를 향해 물갈이를 한다는 이야기냐. 이것(총선 공천)이 계파 이익을 위한 것이라든지 집안 싸움이나 밥그릇 싸움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렇게까지 (당이 사당화)되지 않도록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분들이 힘을 합쳐 노력해 달라"며 "공천은 새 정부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친박의원들의 단합된 행동을 요구했다.

◇강재섭 "사당화? 엄청난 모욕"

강재섭 대표는 박 전 대표가 4월 총선공천과 관련 당이 사당화되면 안 된다고 강하게 비난한 것에 대해 11일 총선기획단 첫 회의 모두발언에서 "당이 공명정대한 스케줄에 따라 일을 추진하고 있는데 자꾸 밖에서 당이 사당화되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하는 것에 당 대표로서 엄청난 모욕감을 느낀다"고 맞섰다.

강 대표는 "당이 잘못했을 때 욕하는 것은 좋지만 공정한 절차에 의해 일하고 있는데, 시작하기도 전에 자꾸 그러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정치공세"라면서 "아무런 책임을 갖고 있지 않은 외부인사들이 자꾸 공천문제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당이 일부러 (공천을) 늦추는 것이 아니고 대선이 있어 기본적으로 공천이 늦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부 권한 없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내가 그게 아니라고 했음에도 이를 사실화해 당을 모욕하는 것에 심히 불쾌감을 느낀다"고 재차 강조하며 "기획단 여러분들은 당선인과 전직 당 대표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획단은 총선을 어떻게 치르냐를 기획하고, 공천시기는 어떤 때가 좋겠는지, 어떤 기준으로 사람 선발할 것인지를 기획하는 중요한 팀"이라며 "(계파 대리인을) 공천심사위원에 넣으면 항상 쪽지를 쥐고 와서 이유 없이 '우리 계보니 공천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안 되니 심사위원을 잘 선택해달라"고 기획단에 힘을 실어줬다.

강 대표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친박계의 한 의원은 11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강 대표가 )이런 말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개탄스럽다"면서 "당 분란을 수습하기 위한 활동은 전혀 하지 않고, 이런 한심한 말을 할 수 있나"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은 "사무총장이 '일부 권한 없는 사람'이냐"라며 "언론에 살생부를 흘리는 사람도 인수위에 있는 고위직인데, 그런 내용을 담은 기사를 나오게 한 장본인을 먼저 징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 의원은 "당헌·당규에 공천심사가 자세하게 규정돼 있으니 오는 17일께, 늦어도 21일까지는 공천심사위를 구성해야 한다"면서 "최대한 빨리 공천심사위를 구성하는 것이 기획단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 걸음 물러선 친이계

'물갈이'발언으로 사퇴압박을 받아온 이방호 사무총장은 11일 총선기획단 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비난을 의식한 듯 "기획단의 활동시한은 공심위 구성까지"라면서 "그때까지 전국 각 지구당의 사정을 면밀히 파악할 수 있도록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지역구의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해 공심위에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또 "공천심사위 구성도 누가 봐도 객관성이 있다고 할 정도로 공심위원수, 심사위원 구성 등을 객관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심도있는 토론을 해달라"면서 "국민공천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위원들이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내달라"고 덧붙였다.

친이계인 박희태 의원도 11일 총선 공천 갈등과 관련해 오전 S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에 출연해 "지금은 공천에 대해서 '공'자도 이야기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박 의원은 "내가 무슨 한 마디만 하면 그 말이 벌집 쑤신 듯한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럴 때는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상책"이라며 "참말로 공천에 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당의 원로로서 말을 아끼는 것도 그렇지 않느냐"며 답을 요구하는 앵커의 거듭된 당부에도 "당내에서는 말을 하고, 당 바깥에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서로가 삼가야 할 때"라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