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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오후 한국을 국빈 방문한 베니그노 아키노 3세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국방분야와 경제 및 분방위산업 등 외교·안보, 경제 분야 협력과 관련한 협정서명식을 갖고 양국간 협력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관심을 모은 것은 박 대통령과 아키노 대통령의 이력이다. 박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은 부녀(父女) 대통령이고 아키노 대통령은 어머니인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모자(母子) 대통령으로 2세 대통령이며 부친이 모두 비명으로 서거한 데다 독신이란 점도 서로 닮았다.

또 이달 초 열린 한-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서 아키노 대통령은 박 대통령을 만나 자신의 부친인 베니그노 아키노 전 상원의원이 한국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참전한 것과 당시 그림이 그려진 500페소 구권을 건넸고, ‘필리핀 제1기갑부대가 38선을 넘어 진격했다’는 제목의 신문기사도 보여주면서 친근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아키노 대통령을 지난 주에 뵙고 또 다시 이렇게 뵙게 돼 더욱 반갑다”며 인사하고 최근 필리핀 지진을 언급하면서 “희생자와 피해자 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와 위로”의 뜻도 전했다.

박 대통령은 또 “필리핀은 6·25 때 우리나라를 도운 우방국이고, ASEAN 국가 중 최초로 수교를 맺은 국가로 오랫동안 우정과 신뢰를 쌓아왔다”며 “한국 최초의 다문화 국회의원도 필리핀 출신의 이자스민 의원”이라고 소개하고 양국간이 상생협력관계 발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키노 대통령은 이에 “각별한 환영에 감사드린다. 한국과 같은 나라가 우방국인 것을 아주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또 대통령께서 지진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현해 주신 것이 많이 위안이 되고 있다. 한국의 인도적 지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는 국산 FA50 경공격기 수출을 포함해 방산 및 국방 분야 협력과 농업협력 확대 방안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또 양국 국방분야협력 양해각서 미 체육교류 양해각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공여계약 등을 체결했다. EDCF 차관 공여 계약은 공적개발원조(ODA) 중점 협력국인 필리핀의 재난 위험 감축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아키노 대통령에게 “필리핀이 항공기 획득사업으로 우리의 FA-50을 선정해 준 것을 감사드리며 세부계약이 조속히 체결될 수 있도록 기대한다”고 말하고 아울러 호위함 등 현재 논의중인 기타사업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했다.

이에 아키노 대통령은 “필리핀의 긴 해안선을 방위하는데 120여척의 함정으로 부족하다면서 안보상 유사한 한국의 군수품과 전력이 필리핀에 매우 유용하다”면서 “오히려 한국과 같은 우방이 있다는 것이 매우 감사하다”고 답했다. 또 아키노 대통령은 탄약, 자동소총 등 이미 한국산 군수물자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양국 농림부장관간 합의에 의해 시작된 농산업 복합단지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고 아키노 대통령은 “한국의 농업부문 기술이 필리핀에 매우 도움이 된다고 말하면서, 동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또 북한 핵문제와 동북아평화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준 데 대하여 감사를 표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진정한 변화와 평화의 길로 나설 수 있도록 필리핀 정부가 분명한 메시지를 지속 표명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아키노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및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계속 적극 지지해 나갈 것이라고 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지지를 표명했다.

/박경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