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S 동아방송(Dong-A Broadcasting System)

李대통령 "경선에서 청와대 입성까지"
- 본선보다 치열했던 경선…BBK 의혹 예방주사
- 본선 레이스…찻잔 속의 태풍이 된 'BBK 연루의혹'
- 인수위 두 달…각종 정책 쏟아내

이명박 대통령이 마침내 제 17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본선보다 치열했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의 당내 경선을 넘어 BBK 난타전을 방불케 했던 본선, 각종 정책을 쏟아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까지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 대장정을 살펴본다.

◇본선보다 치열했던 경선…BBK 의혹 예방주사

이명박 대통령이 12월19일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가장 큰 경쟁 상대는 박근혜 전 대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박근혜 전 대표와 여러 차례 정면 대결을 방불케 하는 싸움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양 캠프의 의원들이 서로를 고소하고, 당 윤리위원회에서 징계를 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지난 해 6월부터 8월까지 박 전 대표 측은 경선 후보 정책토론회와 당내 후보 검증청문회, 합동연설회 등을 통해 이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연루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이 대통령과 친.인척의 부동산 투기 의혹도 연일 터져 나왔고, '도곡동땅 차명보유 의혹'은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8월 중순께 검찰이 도곡동 땅에 대해 "이 후보의 큰 형인 상은씨의 지분은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는 애매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해 의혹을 더했다.

또 경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8000억 원대 차명재산 보유설, 천호동 뉴타운 개발특혜 의혹 등이 터지면서 지난해 7월에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 이내로 접근하기도 했다.

그러나 치열한 당내 경선은 이명박 대통령이 본선에서 겪을 각종 의혹제기에 대한 '예방주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박 전 대표와의 접전 끝에 이 대통령은 지난 해 8월20일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이 당선인은 모두 8만1084표(49.56%)를 받아 7만8632표(48.06%)를 받은 박 전 대표를 2452표차(1.5%p)로 이겼다.

경선 당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6∼8%포인트 차로 누르고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실제 두 사람의 1.5%포인트로 예상치 못한 박빙이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백의종군을 약속하며 경선 승복을 선언을 했고,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본선 레이스…찻잔 속의 태풍이 된 'BBK 연루의혹'

지난 대선에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1위를 차지해 온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가 잇따랐다. 그 중에서도 BBK 주가조작 사건은 가장 큰 파장을 일으켰다.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11월16일 갑작스레 귀국해 BBK의 사실상 소유주가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락하는 등 최대 위기를 맞았다.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과 부인 이보라씨도 미국 LA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씨를 지원 사격했다. 김씨의 어머니인 김영애씨는 이면계약서 원본 등 갖고 귀국, 한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를 했고 이 동영상은 UCC(사용자제작컨텐츠)의 형식으로 누리꾼들 사이에 무차별적으로 퍼져나갔다.

여기에 11월 초 이회창 전 총재가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 선언을 하면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에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이 전 총재가 "BBK 사건 검찰 수사로 이명박 후보가 낙마할 가능성을 보고 이 후보가 출마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기야 40%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난 해 12월 5일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의혹 ▲다스 차명소유 의혹 ▲BBK 실소유 의혹 등에 모두 무혐의 결론을 내렸고, 한때 20%대 후반을 기록하기도 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를 회복했다.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이 대통령이 맞은 마지막 위기는 BBK 동영상이었다. 대선을 나흘 앞두고 "BBK를 설립했다"는 육성이 담긴 광운대 특강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명박 특검법을 발의하는 계기를 제공한 것.

하지만 이 대통령은 대선을 코앞에 두고 또다시 지지율이 하락세 조짐이 보이자 '특검법 수용'이라는 승부수를 내면서 대세론에 못을 박았다.

결국 이 대통령은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전체 유효투표수 2359만 7399표 중 1148만 3312표를 얻어 48.66%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2위인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617만 1986표를 얻어 26.15%를 기록함에 따라 정 후보를 531만 1326표 차이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인수위 두 달…각종 정책 쏟아내

이 대통령은 지난 해 12월2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에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을 임명하고, 부위원장에 김형오 의원 선임하는 등 인수위 구성을 마무리 짓고 59일 간의 인수인계 작업에 돌입했다.

이 대통령은 출범 초기부터 '더 빨리, 더 구체적으로'를 외치며 인수위를 재촉했고 조각 작업과 외부 일정으로 바쁜 와중에도 이따금 인수위를 '기습방문'해 인수위원들을 독려했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속도전'으로 인수위는 출범 한 달 만에 업무보고 일정을 마무리 하고 정부조직개편안, 대학자율화 3단계 방안 등 굵직한 이슈들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내내 '실용주의'와 '섬기는 정부'를 주창했으며,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iendly)'를 표방하며 각종 규제를 혁파하고 기업이 활동하기 편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주력했다. 친기업 정책은 노동자의 소외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반면, 침체된 국내 경기에 전반적인 활력을 가져왔다는 긍정적 평가도 받았다.

물론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신용불량자들의 도덕적 해이 유발이 지적된 '720만 신용불량자 신용회복 방안', '공안정국의 도래'라는 비난을 받고 꼬리를 내린 '시위 근절 산업평화정착 TF팀'구성 등이 대표적인 예다.

게다가 영어 몰입교육, 통신비 인하대책 등 설익은 정책 발표와 이 대통령의 숭례문 재건 성금 모금 발언, 인수위원들의 '장어 향응' 파문 등 신중치 못한 행동들로 혼란을 자초했다.

또 이 대통령이 단 한 번의 공청회 없이 강하게 밀어붙인 통일부 폐지와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반대기류를 '정치적 행동'으로 몰아붙이면서 반대파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비판적 지지자들로부터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18부4처를 13부2처로 줄이고, 특임장관 두 명을 두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내놓고 '작고 효율적인 정부' 만들기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정부조직 개편안은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대통령 취임을 닷새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됐다. 당초 통폐합이 예정된 여성부와 통일부, 해양수산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가운데 여성부과 통일부는 존치됐고, 특임장관은 1명으로 줄었다. 일각에서는 작은 정부의 원칙에서 후퇴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자질 논란이 벌어진 가운데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가 취임 전날 갑작스레 사퇴하는 일이 발생해 새정부 인사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임기 초반부터 과제로 안게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선거기간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이른바 'BBK 의혹'과 관련 정호영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이른바 이명박 특검팀이 지난 21일 이 대통령과 관련된 주가조작 및 BBK 관련 의혹, 도곡동 땅 및 다스 주식 소유, 상암DMC 특혜 의혹 등에 대해 '무혐의'처분을 내린 것.

사상 초유의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방문 조사까지 받으면서 의혹을 샀던 이 대통령이 그나마 짐을 덜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청와대에 입성하게 된 셈이다.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신화로 유명한 특유의 '추진력'과 경제살리기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과 기대를 어떻게 승화시켜낼 지 이명박 대통령 시대가 그 서막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