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닷새째…물류대란 위기 심화
입력날짜 : 2008. 06.17. 23:15 17일 화물연대 파업이 닷새째 계속된 가운데 전국 항만은 컨테이너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산업 현장에서는 수송 차질로 제품 생산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는 등 물류대란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을 비롯해 5개 정부부처 장관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화물연대의 추가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공급 과잉 화물차의 매입을 감축하는 등 추가 대책을 제시했지만 화물연대와의 입장차는 좁히지 못해 파업 사태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건설기계노동조합이 이틀 째 파업에 돌입하면서 레미콘 등의 공급이 중단됨에 따라 전국 건설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되는 등 파업에 따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8500여명의 조합원이 소속된 한국노총 건설기계노조는 정부 제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18일 0시부로 파업 철회를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전국 항만 컨테이너 장치율 한계 상황
세계 3위의 컨테이너항인 부산항의 경우 컨테이너 물동량과 차량 운행률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장거리 운송이 중단되고, 부두마다 화물 처리가 지연되는 등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이날 하루 부산항에서 처리된 컨테이너 수는 20피트 짜리를 기준으로 1만1000여개에 그쳐 평상시 물동량인 3만4000여 개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화물적재 한계인 장치율 100%를 초과했던 감만 부두 BGCT 터미널은 자체 차량과 군 트레일러 100여 대를 집중 투입해 임시장치장으로 화물을 빼냈지만 여전히 99%의 장치율을 기록하는 포화 상태다.
북항 컨테이너 부두 가운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신선대터미널도 장치율이 92%를 넘어섰으며, 이를 포함한 7개 컨테이너 전용부두 장치율은 88%, 부산항 전체는 76%로 장치율 수위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전남 광양항 컨테이너 부두 역시 매일 5100 TEU를 처리했지만 16일 1063 TEU를 처리하는 등 운송률이 20%에 머물면서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화학공장들이 조업중단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철강원자재를 수입하는 포항 신항도 5일째 약 71만 톤의 수입원자재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계속 쌓여가고 있다. 이 중 포스코의 원자재는 24만 톤, 현대제철 6만 톤, 동국제강 5만 톤에 이른다.
현재 포항신항 7번 8번 부두의 장치율이 46%와 51%로 다소 여유가 있으나 앞으로 일주일 정도면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포항지방해운항만청은 예측하고 있다. 포항신항은 하루 약6만 톤의 원자재가 반출입되었으나 이번 파업으로 출하가 막힌 상태다.
◇산업계 마비 삼성전자 광주공장 가동 중단 등 '초비상'
삼성전자 광주공장은 1989년 공장을 설립한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가동을 중단하는 등 화물연대 파업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 광주공장 측은 "하루 평균 수출용 전자제품 40피트 컨테이너 250개, 내수용 200~300개를 운송했지만 화물연대 파업이후 제품 운송률은 수출 10%, 내수 30% 미만"이라며 "광주공장 내부야적장에는 40피트 컨테이너 300개가 쌓여있어 제품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 일렉트로닉스 광주 공장은 11일부터 제품을 운송하지 못해 40피트 컨테이너 300여개가 공장 내 야적장에 쌓여있으며, 하루 평균 1500대의 차량을 생산했던 기아차 광주공장 역시 16일 300대, 이날 500대를 임시 하역장으로 옮기는 것 이외에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광주 하남산단 내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이 조업을 장기간 중단할 경우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밖에 없다"며 "물류대란이 하루 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충북 보은에서는 화물연대 파업 등의 영향으로 본격적인 농사철을 맞은 농민들이 비료와 사료, 농약, 농기계 등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관련 공장 역시 생산량을 줄이거나 생산을 거의 중단한 상태다.
소사육농가에 1일 1000t가량의 사료를 공급하고 있는 농협사료청주공장은 "16일부터 20~30% 감축한 700~800t씩 제한적으로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기계노조 파업…건설 현장서 공사 중단 한때 '위기'
화물연대 파업이 접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건설기계노조의 경우 한국노총 산하 건설기계노조가 이틀 만에 파업을 철회하면서 민주노총 산하 건설기계노조의 파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강원도의 경우 현재 도로와 하천, 아파트 등 주요공사 현장 124곳의 중장비 1700여대 가운데 30%인 49곳, 510여대가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집계됐다.
강릉 주문진-속초를 연결하는 동해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는 토목공사와 구조물 공사가 중단됐으며, 이번 달 말 준공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 중이었던 수해 복구 공사장 50여 곳도 중장비 동원이 어려워 초비상 상태다.
하천을 따라 16km의 제방과 교량 23개를 설치하는 평창지역 8개 수해 복구 공사현장은 펌프와 굴착기 등 중장비 가동이 멈춘 상태다.
또 전남 여수 율촌산단 조성공사 현장은 건설기계 가동률이 8%로 떨어졌으며, 해남 화원-영암 삼포간 도로개설 등 전남지역에서 진행중인 각종 건설현장의 피해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광주의 레미콘 회사 관계자는 "화물연대와 건설노조의 총파업으로 시멘트가 반입되지 않고 있어 내일부터는 공장 가동을 중지해야 할 상황"이라며 "골재를 각 건설현장에 납품하지 못할 경우 공사 중단은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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