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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18일 "각 부처 장·차관, 국장들이 재래시장이나 하나로마트 등 직거래가 이뤄지는 장소에 가서 추석 물가를 직접 챙기라"며 "통계 수치만 가지고 '물가를 관리했다'고 말하지 말고 지자체장과 긴밀히 협의해 현장을 면밀히 챙겨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결론적으로 어떤 정책을 쓰더라도 국민, 특히 서민들이 체감할 수 없는 정책은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는 호응이 나온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하청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데, 대기업들이 이를 반영해 하청업체-대기업이 상생하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며 "또 농·축산업에 대해서는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어민의 경우 소홀한 경향이 있는데, 정책적 지원 방안을 검토하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규제완화의 혜택이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에게 골고루 돌아가게 해야 한다"며 "'생활공감 정책'의 후속대책을 철저히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날 국무회의는 '토론형 국무회의'를 지향하는 이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전주처럼 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주제는 '추석 물가 및 민생안정 대책'이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주 금요일에 추석물가 민생안정대책의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라며 "예년에는 추석 2준 전쯤 추석물가 민생안정대책을 마련했는데 올해는 한 주 앞당겨서 추석 3주 전부터 실시키로 했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제사상에 올라갈 제수품을 비롯해 성수품 중 정부가 비축해 놨던 것을 충분히 방출해 소비자 물가가 잘 관리되도록 하겠다"며 "성수품 방출은 다음주부터 농·수·축협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이어 "올해는 조기가 많이 잡혀서 호황이던데 가격인상은 없더라. 조기가 많이 잡혔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서 제수상에 많이 올리도록 하겠다"며 "명태의 경우 추석 성수기에 대비해 방출량을 3배 이상 늘리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번 추석 연휴가 3일 밖에 안 되서 공직자 가운데 고향 방문을 포기한 사례가 있더라"며 "하루 정도 연차를 내서 가능하면 고향에 가도록 배려하겠다"고 보고했다.

원 장관은 "가능하면 소비 활성화 차원에서 작은 선물을 사 가도록 권유하는게 좋겠다"며 "행정안전부 차원에서도 지자체와 협조해서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정체되는 고속도로에 간이 화장실을 설치하던데 여성용 화장실을 많이 만들지 않더라"며 "여성 화장실을 많이 만들어서 '새 정부가 작은 일에도 신경 쓰고 있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장관은 "도로표지판의 경우 자가용 운전자들에게 충분치 않은 양"이라며 "상습 정체 구간에 대해 시민들의 제보를 받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직거래 장터, 공판장을 통해 물량을 방출할텐데, 축산물의 경우 직거래를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며 "과일값이 30% 가까이 올랐다고 보도됐던데 올해 추석이 예년에 비해 열흘 정도 빨라졌고 과일 생산량도 30% 정도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주말에 포항에 다녀왔는데 오징어잡이배가 기름값이 없어서 바다에 나가지 못하고 항구에 있더라"고 보고했고,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기업 프렌들리 뿐 아니라 '여성 프렌들리'한 추석이 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각 부처가 정치 상황을 고려하거나 상부의 지침을 기다리면서 좌고우면하는 경향이 있다"며 "조금 더 소신있게 정책을 추진하고 규제개혁 속도를 내서 밀고 나가자.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책 메시지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갖고 "추석 연휴 기간에 장·차관, 수석비서관들이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며 "그냥 방문만 해서 민폐를 끼치는 전시행정이 아니라 실질적인 봉사활동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변인은 또 "전재희 장관의 '여성용 화장실 확충' 방안은 각 부처 장관들이 있는 자리에서 나온 말이므로 사실상 지시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대통령의 말씀은 '거창한 약속만 하고 잊어버리고 계획만 세우고 흐지부지되는 일 없이 구체적 액션 플랜을 만들어서 챙기라'는 뜻"이라고 부연했다.